[강희창] 과학적 사실과 인문과학적 진실

강희창 | 입력 : 2020/03/23 [11:15] | 조회수: 19

 


 
 

 

며칠 전에 경상북도 영주 근처에 있는 친구 목사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에 가서 한참 줄을 섰는데 의외로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줄을 서 계시더라는 것이다.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그 분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열심히 줄을 서서 마스크를 몇 개 사면 그 모두를 서울에 사는 자식들에게 보낸다는 것이다. 전염병이 가장 심각한 지역에 살면서도 마스크를 사면 그 모두를 서울의 자식들에게 보내고 자신들은 낡은 마스크를 쓰든지 말든지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그 대단한 바이러스도 경상북도의 늙은 부모의 자식 사랑을 이기지는 못하는구나.” “그래서 인간은 지금도 위대한 존재인 것이로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필자가 찾아가던 러시아 블라디카프카즈의 나지막한 산중턱에 자망꾸라는 마을이 있다. 마을 뒷동산에 오르면 저 산 아래 사방으로 서로 다른 공화국들이 펼쳐진다. 저편은 체첸 공화국이요. 또 저편은 다게스탄이요 잉구스요. 그리고 이편은 북오세치아 공화국이다.

낮은 산을 경계로 서로 다른 민족들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문제가 많았다. 저편 마을 사람이 한밤중에 산을 넘어와서 이편 마을의 무언가를 훔쳐가는 일이 있었고, 때로는 사람을 붙잡아가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나면 보복 공격이 이어지기도 했다. 잉구스와 오세치아 사이에도 그런 문제가 끊이지 않았는데 그런데 언젠부터인가 그런 분쟁이 사라졌다고 한다.

산너머 마을의 촌장이 이 쪽 마을 촌장에게 이런 제안을 해왔다. “당신에게 어린 손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나에게도 그 비슷한 손자가 있소. 우리 서로 손자를 바꾸어 키우면 어떻겠소. 두 마을 사이에 분쟁이 잔잔해지면 그 때 가서 다시 바꾸면 되지 않겠소?!”그렇게 손자를 바꾸어 키우기 시작하면서 두 마을 사이 분쟁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로 여러 민족들은 그 촌장들의 마을을 일컬어 ‘지혜의 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기독교의 목사인데 안타깝게도 그 지혜의 마을은 이슬람 민족이 사는 마을이었다. 기독교의 목사가 이슬람을 전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최근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구상의 인간들에게, 특히 여러나라의 정치 권력자들에게 과학적 사실과 진실한 마음과 성실한 행동을 요구해왔다. 정치적 선동과 여론 조작과 사회적 공작 같은 것들에 관심을 가졌던 권력자들은 바이러스의 그런 요구에 올바른 응답을 보일 수가 없었다. 사실과 진실과 성실을 소홀히 했던 사회와 국가들을 그 바이러스는 단숨에 장악해버리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시대의 정치와 권력은 과학적 사실과 인문사회적 진실을 너무 낯설어했던 것이 아닌가?!” “거짓과 선동과 조작이 진리와 진실과 성실을 대신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구나.” 한탄하던 사람들에게는 현재의 위기가 새로운 기회로 보일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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