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성명]

편집인 | 입력 : 2021/05/20 [05:14] | 조회수: 70

 

 

[2015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성명]

 

올해 2015년은 한국이 일제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광복 70주년’이자 민족의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내적으로 민족의 평화통일이 절실히 요청되고, 국제적으로는 한반도의 운명에 영향을 끼쳐 온 강대국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일동은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성찰하는 가운데, 시대 상황에 대응하는 신학의 좌표를 설정하고자 한다. 우리는 오늘의 아시아-태평양 시대에 한국교회의 시대적 과제가 세계 교회를 섬기는 데 있음을 분명히 인식한다.

 

우리는 장로회신학대학교가 개혁교회의 전통인 성경적·복음적 신학에 기반한 에큐메니컬 신학을 지향해 왔음을 확인하면서, ‘1985년 장로회신학대학 신학성명’과 ‘2002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교육성명’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2015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성명’을 발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본교의 신학 정체성을 확립하고 또한 지금의 사회·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응답하는 본교의 신학입장과 행동강령을 천명하고자 한다.

 

제1명제: 우리의 신학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증언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복음에 기초한다.

 

신구약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으로서 기독교 신학과 실천의 원천이며, 모든 시대와 상황에서 신학과 실천을 위한 원자료이자 규범이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살아계신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며 궁극적으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계시한다. 성경에서 우리는 아버지 하나님을 창조주로, 아들 하나님을 구속주로, 성령 하나님을 종말론적 완성을 가져오시는 능력의 주로 인식한다. 세계의 모든 역사는 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경륜 안에서 종말론적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신구약 성경의 중심 내용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의 역사이며, 특히 신약성경의 핵심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가 선포하고 실천한 하나님 나라의 복음(막 1:15, 눅 16:16)이다.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의 복음에 대한 초기 교회의 신앙고백과 실천적 응답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응답을 오늘의 상황 속에서 새롭게 이해하고 구현하는 신학과 실천을 추구하고자 한다. 우리의 신학과 실천의 중심 주제는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으로 인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자는 죄 용서를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

 

우리는 개혁신학 전통을 따라,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 칭의에 이르며 성화의 삶을 살게 됨을 믿는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나라요 그의 백성의 공동체이다. 하나님이 만유의 주, 만왕의 왕이시므로, 그 다스림의 범위는 교회뿐만 아니라 온 세상을 포함한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성령의 능력 안에서 이 세상에 이미 도래한 하나님 나라를 맛보며, 장차 완성될 정의와 평화와 사랑의 나라를 바라보면서, 그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며, 그 나라의 실현을 위하여 헌신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본교의 교육이념인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와 하나님 나라의 구현”을 목적으로 하는 통전적(온) 신학을 추구한다.

 

제2명제: 우리의 신학은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는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추구한다.

 

우리 민족은 1945년 광복 직후 분단되었고, 6.25전쟁을 겪으며 분단이 고착되었다. 약 70년 동안 남북한은 군사적으로 대치하면서 체제경쟁을 벌여왔고, 최근에는 북한의 미사일 및 핵개발로 인해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지속ㆍ심화되고 있다. 남한과 북한이 각기 다른 체제를 구축한 결과, 민족의 동질성이 위협받고 있다. 또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변 강대국들의 한반도 정책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우선적인 과제는, 남북한의 갈등을 해결하고 민족화해를 실현하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과제의 실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평화의 복음이다. 이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루신 화해의 십자가(엡 2:14-16) 앞에서 하나님의 용서를 구하면서, 평화의 원천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화해와 평화의 사역자(마 5:9, 고후 5:18)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동북아시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6자회담 당사국들과,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남북한 당국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대화와 행동을 촉구한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자유 · 정의 · 화해 · 평화가 실현되는 한반도의 통일을 추구하며,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확장될 수 있도록 힘쓰고자 한다.

 

제3명제: 우리의 신학은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사회적 약자와 작은 자를 돌보는 공공성을 추구한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사회경제의 양극화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 전 영역에서 사회의 약자가 겪는 고통이 증대되고 있다. 경쟁력이 절대가치가 됨으로써 경쟁에서 뒤쳐진 약자는 비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가족해체와 자살 등의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 부의 편중으로 인한 교육 불평등,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파산,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인해 사회갈등이 증대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 인간다운 삶, 양성평등을 포함한 사회적 기본권을 더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사회의 약자와 작은 자의 고통에 우선적으로 응답하시는 주님(마 25:40)임을 고백한다. 하나님 나라는 정의의 나라이다. 우리를 부르시고 의롭게 하신 하나님은 우리로 하여금 불의하고 부패한 사회를 개혁하는 소금과 빛의 역할(마 5:13-16)을 함으로써 하나님의 정의(암 5:24)를 실현하게 하신다. 우리는 사회의 약자와 작은 자를 돌보고 이웃과 더불어 상생하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구현을 위해 신학의 공공성을 추구한다.

 

제4명제: 우리의 신학은 하나님의 생명 회복과 창조질서를 위하여 피조세계와 생태계의 회복과 보전을 추구한다.

 

오늘날의 인류는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간의 탐욕과 죄로 말미암아 창조질서가 왜곡되고 자연이 파괴되고 있으며, 모든 피조물이 고통 가운데 탄식하고 있다. 산업화 문명은 지구온난화를 초래하였고 이에 따른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는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생명을 경시하는 반(反)생명적 문화 속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세월호 참사 등의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과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의 피조공동체이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은 피조물을 돌보고 다스리는 청지기로 부름 받았다(창 1:28). 하나님 나라는 생명의 나라이다. 우리는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십자가·부활 안에서 종말론적인 새 창조와 생명질서가 선취적으로(고후 5:17, 갈 6:15) 도래하였음을 믿는다.

 

하나님 나라는 인간의 구원 뿐 아니라 창조질서의 회복과 생명 가치의 온전한 구현을 포함한다(사 65:17-25; 겔 36:33-36). 따라서 우리는 생명을 파괴하고 생명가치를 훼손하는 세력에 맞서 싸우고, 생명의 영이 충만한 세계의 실현을 위해 힘쓰고자 한다. 또한 이를 위하여 우리는 생태 정의에 기초한 삶을 추구하며, 땅과 환경을 존중하는 영성을 함양하고자 한다.

 

제5명제: 우리의 신학은 하나님의 선교를 지향하는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추구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끊임없는 분열과 갈등으로 극심한 혼란과 고통 가운데 있다. 물량적 성장주의, 이기적 개교회주의, 배타적 교파주의, 변칙적 교회세습 등의 문제들로 인해 사회에서 불신과 지탄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교회의 모습은 지역 복음화와 세계 선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를 위해 먼저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는 성령의 능력 안에서 세상의 모든 성도가 교제하는 가운데 연합하는 우주적 신앙공동체(엡 1:23)이며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선교 공동체이다(고전 12:12). 우리는 개인전도, 삶으로 복음증언, 사회적 책임을 포함한 하나님의 선교를 지향한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반성하면서 갱신과 개혁을 통한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이루는데 힘쓰고자 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세계 교회에 대한 한국교회의 사명을 자각하고 세계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한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하고, 온전한 복음을 구현하는 하나님의 선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의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사 61:1-3; 행 1:8).


제6명제: 우리의 신학은 한국교회의 위기에 적극 대처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에 힘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교회는 성장이 정체되고 있으며 목회자의 도덕적 해이와 교회의 대 사회적 영향력 감소로 인하여 양적, 질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 더욱이 한국교회의 다음 세대 신앙 계승의 위기는 한국교회의 미래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우리의 신학은 교회의 신학임과 동시에 교회를 위한 신학임을 확인한다(골 1:25).

 

먼저 현재 한국교회의 위기는 목회자 양성을 담당하는 신학교 및 신학교 교수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약 3:1) 애통하는 마음으로 회개한다. 그리고 신학교가 이 위기에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를 탈피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위기극복을 위한 신학교육에 매진할 것을 천명한다. 우리는 영성, 인성, 지성, 목회적 역량을 갖춘 목회자와 교회지도자를 양성하여 한국교회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신학교육에 힘쓰고자 한다.

 

무엇보다 하나님 말씀에 뿌리내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를 양성하며, 앎과 삶이 일치하는 인격을 고양하며, 학문과 현장이 분리되지 않는 하나님 나라 일꾼을 세우며, 성도들의 신앙과 생활을 변화시키는 실제적인 능력을 지닌 목회자를 양육하고 파송하는 신학교육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신학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개선할 뿐 아니라 신학교 교수로서의 소명과 사명과 헌신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

 

제7명제: 우리의 신학은 세속주의 문화를 변혁시켜서 하나님 나라 문화 형성과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

 

오늘날의 인류는 세속주의 문화 속에 살고 있다. 인간을 파편화시키는 개인주의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질서를 파괴하고 있으며, 맘몬의 힘은 생명을 한갓 상품과 소비재로 만들고 인간으로 하여금 존재와 소유를 혼동케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신뢰를 절대화하는 과학기술주의는 종교를 대체하고 있다. 쾌락적 물신주의는 인간에게 허망한 풍요를 추구하게 하여 인간의 정신과 삶을 황폐화 시키고 있다.

 

이러한 세속주의 문화에는 창조주 하나님의 자리에 오르려는 인간의 죄성이 스며있다. 이 문화는 인간과 피조물을 죄의 결말인 죽음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하는데, 이것은 마땅히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능력으로 변혁되어야 한다. 세속주의 문화에 맞서서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추구한다. 하나님 나라의 문화는 세속주의 가치관에 저항하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예술·교육 등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다스림이 이루어지기를 갈망하는 곳에 임한다(롬 8:21).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에서 벗어나 타락한 인간의 문화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의 은총으로 회복됨을 믿는다.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는 이 세상 문화의 대안공동체로서 세속주의 문화를 변혁시키고,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구현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선취된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의를 추구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통해 확장된다. 하나님 나라의 문화는 땅에서도 구현되며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인해 완성될 것이다.

 

이때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며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고”(계 21:1-2) 이로부터 온 우주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충만한 가운데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인 하나님의 나라가 온전히 이루어질 것이다.

 

2015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이하여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일동

 

 

  ©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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